한국 아파트가 유독 시끄러운 이유 있었네
빠르고 값싼 벽식 아파트 건축, 1980년대부터 보편화
기둥식 구조보다 층간소음 심하고 리모델링도 어려워
건설 관계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바뀌기 힘들 것"
사무실이나 학교 건물 등에서 위층 발소리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아파트에만 들어가면 윗집 아이의 걸음 소리가 ‘쿵쿵’하고 울린다.
이렇게 보면 윗집의 배려심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리가 크게 울릴 수밖에 없는 아파트 구조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아파트 구조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층간 소음 말고도 또 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짓는 아파트는 이론적으로 100년 동안 살아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는 20년만 돼도 ‘낡은 집’이 된다.
배관을 교체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리모델링을 하기가 매우 어렵고 처음 지어진 그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파트가 갖는 이런 문제들은 ‘벽식’이라고 불리는 한국 아파트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유영찬 박사는 “벽식 구조는 아파트를 빨리, 싸게 짓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보편화된 방식”이라며 “
외국에도 서민 아파트나 기숙사 등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거의 모든 아파트를 벽식으로 짓는 것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기둥식 아파트, 층간소음 줄고 리모델링 가능
건물의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기둥 없이 벽이 위층 수평구조(슬래브· slab)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가 벽식 구조다.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 있는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가 있으면 ‘라멘(Rahmen)’ 구조, ‘보’가 없이
슬래브와 기둥으로 이뤄져 있으면 ‘무량판’ 구조라고 한다
층간 소음의 원인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벽식구조가 층간소음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양관섭 박사는 “벽식 구조는 슬래브(수평)와 벽(수직) 구조가 면대 면으로 만나 일체화돼 있는데
이렇게 되면 슬래브에서 울리는 진동이 큰 소리로 아래층에 전달된다”고 했다.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구조로 지으면 소음은 줄어든다. 슬래브의 진동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되는 라멘 구조의 소음이 가장 적고,
슬래브가 기둥으로 이어지는 무량판 구조가 그 다음이다.
벽식 구조는 리모델링도 어렵다. 벽식구조는 벽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 철거할 수 없지만 기둥이 있으면
벽을 허물고 내부 구조를 바꿔도 된다. 노후한 배관 등 설비 교체 역시 벽식 구조보다 기둥식 건물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