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은 있지만 처벌은 없다?
고무망치로 천정을 몇 번 쳤더니 오히려 저희 집으로 내려와 항의하네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층간소음 피해자의 하소연이다.
윗층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고무망치로 천정을 치는 방법을 택한 피해자는 순식간에 가해자가 됐다.
층간소음 문제의 단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지만, 이를 제지할 명확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직접 해결에 나섰다가 가해자로 전락하는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3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 및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층간소음을 내는 가해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인근 소란 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할 수 있다.
문제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를 한다고 해도 사실상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층간 생활소음 같은 경우 어린이가 뛰거나 고의가 아닌 부주의(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일로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호에는 ‘(인근소란 등)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인근소란행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3만원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직접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도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중략)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린 피해자들이지만 이렇듯 합법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고무망치를 이용해 천정을 두드리는 것이다.
윗집에 자신들의 소음 상황을 인지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직접 두드리는 데 따른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